▣ 의미
兎(토끼 토) 死(죽을 사) 狗(개 구) 烹(삶을 팽)
'사냥에서 토끼를 잡고나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이다. 즉,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바로 버린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배신과 유사한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토사구팽의 처지에 이른 것을 '팽 당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유래
<사기>의 '회음후 열전'에 "과연 사람들의 말대로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사냥개를 삶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며, 적국을 깨부수니 계책을 꾸미던 신하가 망하는구나. 천하가 이제 평정됐는데, 그런고로 나도 마땅히 삶아질 수 밖에 없음이로다"로 전해진다.
보통은 한고제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뒤 한신을 압송하자 한신이 한탄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한고제 훨씬 이전부터 있던 말로, 춘추시대 월나라의 군사 '범려'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다만 유방과 한신의 고사는 대표적인 고사로 알려져 있다.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당시 오나라를 멸망시킨 월왕 구천은 고생할 때는 함께 고락을 나누지만 자신이 부귀해질 때면 교만해져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구천이 범려 자신을 포함한 공신들을 죽일 것이라 미리 예측한 범려가 문종에게 관직에서 물러나자고 권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과연 그 말이 맞아서 문종은 자결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지만 그 때 가서 깨달은들 소용이 없었다.
이 말이 전해져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삶는다"라는 속담도 만들어졌다.
▣ 삼국지에서의 예
조조와 순욱의 관계에서 토사구팽을 볼 수 있다. 조조는 순욱을 나의 자방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정치뿐만 아니라 전투에 나가서도 큰 흐름을 모두 순욱과 의논했다 희지재와 곽가는 시시가가 변하는 전황을 본진의 순욱이 모두 알 수는 없기에 등용된 인물들이었으며, 정욱 등도 그가 추천하여 임관을 한 인물이다. 전략과 내정에서 크게 공헌하였으며, 그가 추천하여 임관한 명사들이 조조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처럼 조조에게 충성하고 헌신한 바가 많은 순욱이었으나, 위공의 지위를 욕심내 조조와 대립하면서 끝내 토사구팽 선언을 듣고 자결 혹은 화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 우리나라 정계에서의 예
가장 유명한 예로 박정희 시절 중앙정부부장을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 등을 내쳤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이자 박정희의 조카사위인 김종필은 사실상 유배를 당했지만 김종필과 이후락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은퇴훙에 그럭저럭 살았고 특히 김종필은 3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비록 대통령은 못 해 봤지만 실세 총리직까지 역임했고, 은퇴후에도 정치계으 원로로 여생을 살았다. 반면 김형욱은 배반감을 느끼고 해외로 도피하여 코리아 게이트에서 반정권적 활동을 하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실조되었다. 국정원 진실위의 조사에 따르면 중앙정보부가 살해했다고 추정된다고 하며 나중에 김재규가 박정희를 배신하고 살해한 이유 중에도 전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최후를 보고 회의를 느껴서 그랬다는 추측이 있다.
전두환 또한 통칭 '쓰리허'라 불리며 세를 떨치던 허문도, 허삼수, 허화평 가운데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었던 허문도는 곁에 두었지만, 같은 육사 출신인 허삼수와 허화평은 내쳤다. 이는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과 두 사람이 갈등을 빚자 김재익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후문이다.
▣ 최근 보여지는 정치판의 토사구팽
지난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러 사람을 두고 '팽 당했다'는 농담같은 진담을 주고 받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팽 당했는지는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최근 여당의 전당대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너무도 명확하게 토사구팽의 상황이 잘 이해된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사의 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거사를 치르고 그 핵심에서 조용히 사라져주는 그런 것! 적어도 팽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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