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이준석계 후보들이 전원탈락하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사상 최대 투표율에 이준석 전 대표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의 결선 진출 등 파란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당원들의 절박함
이는 천신만고 끝에 탈환한 정권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원들의 절박함을 이 전 대표와 후보들이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해 당내 동지들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당심의 이반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에 비유하고, 다른 후보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네거티브를 일삼는 모습에서 당원들은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지난 대선 당시를 보는 듯 느겼을 것"이라며 "당원들은 이 전 대표의 이런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고 당과 정권의 안정을 위해 투표를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준석 재기의 발판 마련 평가
하지만 이준석계 '천아용인'의 지도부 입성 실패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작년 7월 '성 상납 의혹'에 따른 당 윤리위원회 중징계로 정치행보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이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별다른 인지도가 없던 천하람의 등장으로 견고했던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가 깨진 것 자체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천아용인'은 허은아후보(9.90%)를 제외하면 전원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도부에 입성한 후보들과 격차가 크지 않아 이들이 추구하는 개혁이 아주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될 수 있겠다.
컷오프 통과-이준석의 공이 커
천하람 후보는 전당대회 직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낙선 심경을 직접 전했다. 그는 "정치 경력이 길지도 않은데 낙선 경력만 자꾸 이렇게 수집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어찌보면 전당대회에 거의 마지막에 뛰어 들었는데 적지 않은 당원 분들이 저에게 표를 보내 주시고 국민의힘 개혁에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엄석대에 비유하는 등 오히려 역외 결집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에서 삼성가노 노릇을 하고 싶지는 않다. 초반에 '천아용인' 팀이 컷오프 통과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이 전 대표의 공이 컸다"며 "앞으로 어떻게 보면 저의 어떤 정치적인 매력도라든지 주목도를 이 전 대표 이상으로 키워나가야 된다는 중장기적 과제를 안은 것이지 이 전 대표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독자적 정치 색깔에 대한 아쉬움
더불어 독자적인 정치인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천 후보는 "제가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내공이나 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중반 이후부터는 이 전 대표가 나설 필요가 없거나 아니면 나서더라도 제가 더 주목받을 수 있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렸어야 되는데 상대적으로 제 지지도 자체가 충분히 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과거 이준석 돌풍 때처럼 주목을 많이 못 받았던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더 발전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을 위한 액세서리
그러나 지도부 입성 실패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후보 4인의 개성과 경쟁력이 묻힌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현중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선거는 결국 후보가 앞에 나서야 하는데 이 전 대표가 나서면서 '천아용인' 후보들은 마치 이준석을 위한 액서서리처럼 돼 버렸다"며 "개별 후보들이 가진 특장점이 다 묻혀 버린 전략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동안 각을 세웠던 후보 진영과는 화합을 이뤄야 하겠다"면서도 "이준석 계열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천아용인' 후보들을 향해 "4명의 후보자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싸워서 비난하고 공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태도를 가졌었다"며 "이런 비정상적 행위를 이제는 이 당에서 영구 추방해야 된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총선 공천 전망 어두워
내년 총선에 있어 안철수 의원은 물론이고 이준석계 '천아용인'도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은 듯하다. 총선에 앞서 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부활을 해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 어려울 것 같다.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갔고 어느 정도 위협적인 결과를 보였으면 모르지만 안철수 의원이 30%도 안 나온 상황이고 또 이준석계 후보들도 지도부 입성에 전원 실패한 상황이라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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