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매우 유명한 고사성어이다. 후세에도 이 고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 없는 법의 집행. 공정. 이런 단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에 현대에도 이 고사성어가 종종 쓰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공정함을 바탕으로 법을 집행한다는 의미의 읍참마속(泣斬馬謖)에 대해 알아보겠다.
▣의미
읍참마속(泣 : 울 읍, 斬 : 벨 참, 馬 : 말 마, 謖 : 일어날 속)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로 직역할 수 있다. 다르게는 휘루참마속(揮淚斬馬謖), 휘루참지(揮淚斬之)라고도 한다. 대의를 위하고, 공정함과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이는 고사성어이다.
▣유래
삼국지의 <<촉지(蜀志)>> <마속전(馬謖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비와 조조가 죽은 뒤 손권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서기227년 촉(蜀)의 승상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의 일이다. 제갈공명의 공격을 받은 위나라는 하후무를 총사령관으로 하여 대적하였으나, 남안, 천수, 안정의 농서 지방 3군을 빼앗기고 가유가 촉한에 투항하자 위의 조예는 사마의를 시켜 20만의 병력을 이끌고 기산에서 방어진을 구축하여 사활을 건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제갈량은 사마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누구를 보내 그를 막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마속(馬謖)이 그 임무를 맡겠다고 나선다. 마속은 제갈량의 절친한 친구인 마량의 아우이고, 머리가 비상하고 병서를 많이 읽어 군략에도 일가견이 있는 촉망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마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긴 제갈량은 주저하였다. 그러자 마속은 "정 그렇게 못 믿으신다면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참형에 처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다짐한 마속에게 지형지물을 이용해 굳게 지키고 위나라군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마속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적을 기장으로 끌어들여 역습을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장합의 군대에게 포위당해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참패하였다. 가정은 제갈량이 기산으로 진출하기 위한 보급 수송로의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마속의 신중하지 못함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제갈량은 한중으로 퇴각해야만 했다. 이에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제갈량은 단호했다. 이때 마속의 나이는 39세였다고 한다.
▣정리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면서도 소리내어 울지 못했던 제갈량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출사표까지 전하며 나섰던 출정이었는데 아끼던 마속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으니 제갈량은 무척 난감했을 것이라 짐작이 된다. 군법을 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참수를 했지만 제갈량에게는 또 다른 고충이 있었다.
당시의 군권은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승상인 제갈량에게 있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승상이 군권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비정상적인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촉은 파벌로 인한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유비의 측근들로 이루어진 형주파, 익주가 고향인 본토의 익주파, 전임 태수 유장의 동주파의 갈등이었다. 이 파벌들은 전쟁에 패하고 한중으로 돌아온 제갈량이 마속을 어찌 대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을 것이다. 이 파벌들의 뒷말을 없애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속에게 책임을 묻고 군법에 따라 처형하는 것이었다.
유비가 살아 있었거나 유선이 군권을 장악할 만큼의 능력이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유비의 촉을 조금이라도 안정된 모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제갈량에게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친구의 동생이며 평소에도 군사 전략 등의 의논을 해 왔던 마속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제갈량!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그 가슴 묵직한 울음을 이 시대의 우리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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